태아 시기에 낮은 농도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성장해서 과잉행동장애, 주의력결핍 같은 문제를 겪을 위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보건연구소와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학 의료센터 등 연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 학술지 ‘생물학적 정신의학’에 태아 시기에 대기오염에 노출될 경우 뇌 손상을 입어 취학연령이 된 후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일반적으로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농도의 오염물질에도 태아 뇌는 변형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자기 스스로를 조절, 통제하는 뇌기능과 대기오염 사이 관계를 밝힌 첫번째 연구라고 설명했다. 자기조절 능력이 부족할 경우 과잉행동장애, 주의력결핍, 중독행동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연구진은 네덜란드의 6~10세 어린이 783명의 코호트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코호트란 연령별로 특성이 비슷한 집단을 대상으로 오염물질 등 특정 인자에 노출된 그룹, 노출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질병과의 관계를 역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분석 대상이 된 오염물질은 초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등이다. 연구진은 유럽의 일반적인 주거지역에서 기준치 미만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경우도 자기조절과 관련된 뇌기능의 변화로 연결됐다고 밝혔다. 연구에 기준이 된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오염물질로 흔히 PM2.5로 통용된다.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체내에 들어오면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한다.
연구진은 연구 대상 어린이들의 어머니 중 0.5%만이 임신 중 유럽연합(EU) 기준치 이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대상자들이 노출된 이산화질소의 농도 역시 기준치를 넘어서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U의 초미세먼지 기준은 연간 평균 25㎍/㎥지만 주요 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기준치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2015년 주요 선진국 도시의 ㎥당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프랑스 파리 18㎍, 영국 런던 15㎍, 일본 도쿄 16㎍ 등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같은 농도 역시 태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유럽 주요 도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목표치 역시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2016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6㎍/㎥였으며 정부는 지난달 초미세먼지 농도를 2040년까지 10㎍/㎥로 낮추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WHO는 초미세먼지 기준치를 24시간 평균 25㎍/㎥, 연평균 10㎍/㎥로 권고한다. 국내 환경기준은 WHO 권고치의 2배가 넘는다. PM2.5의 경우 WHO 권고치는 하루 평균 25㎍/㎥, 연평균 10㎍/㎥인 반면, 국내 기준은 하루 50㎍/㎥, 연평균 25㎍/㎥다.
연구진은 태아 시기에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은 뇌의 대뇌피질에 영향을 미치며 태아 시기의 뇌는 특히 환경 영향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직까지 환경 중에 존재하는 독소들이 태아 시기의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장치나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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